최근 '빌라왕' 사건 등 대규모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르면서, 법원이 과연 어떤 잣대로 이들의 형사 책임을 가리는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대법원은 오랜 기간 전세사기를 비롯한 차용금 사기 사건에서 일정한 법리를 구축해왔다. 그 핵심은 '계약 당시' 임대인의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경제 상황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속이려는 '기망 행위'가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착오에 빠져 재산적 처분(보증금 지급)을 해야 한다. 전세사기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임대인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느냐 하는 '편취의 고의' 여부다.
대법원은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자력, 범행의 내용, 거래의 조건,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산 상태 및 행적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대법원 95도2039 판결 등 참조)을 견지하고 있다. 즉, 단순히 보증금을 못 돌려준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를 쓸 그 당시에 임대인의 주관적 마음속을 객관적 지표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법원이 사기죄를 인정하는 전형적인 경우는 '돌려막기'가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때다.
먼저 무자력 상태의 은폐다. 자신의 자산보다 부채가 월등히 많아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상적인 임대차인 것처럼 임차인을 속인 경우다.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건물의 유지·관리나 기존 부채 상환이 아닌, 개인적인 유흥비나 무리한 추가 투동 등 위험한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반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할 근거가 된다.
최근의 빌라왕 사건들처럼 수백 채의 빌라를 자기 자본 없이 오직 보증금만으로 매수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의 경우, 대법원은 향후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전세 수요 감소 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계약을 강행한 점을 '미필적 고의'로 인정하는 추세다.
반대로 대법원은 임대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리적으로 '단순 채무불이행'과 '사기'를 구분하는 지점이다.
계약 당시 임대인에게 나름대로 확실한 자금 조달 계획이나 수익 모델이 있었던 경우다. 계약 당시에는 보증금 반환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예측하기 힘든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역전세난이 발생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 대법원은 이를 사기로 보지 않고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판단해왔다.
이러한 논리는 피고인들이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 성실한 사업가였으나 시장 상황 때문에 망한 것뿐이다"라고 항변하는 주요 논거가 된다.
대법원의 판례를 종합해 볼 때, 전세사기 사건의 결론은 '개별 사정의 구체적 입증'에 달려 있다. 검찰은 임대인이 계약 당시 이미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점을 회계 자료와 자금 흐름도를 통해 증명해야 하며, 변호인은 반대로 당시에는 충분한 사업성이 있었음을 방어해야 한다.
특히 최근 법원은 전세사기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해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하거나, 기망의 범위를 더욱 넓게 해석하는 등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결국 기존의 엄격한 판례 법리 안에서 '시장 실패'라는 가면 뒤에 숨은 '범죄적 고의'를 얼마나 날카롭게 파헤치느냐가 향후 재판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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